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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총이야기-서막

주은총목사/ 영적인 권위를 잃은 까닭

by 주은총목사 2023. 3. 31.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서 배운다.

목사들이 영적인 권위를 잃어버린 까닭은, 목사의 삶이 ‘모범’이 되지 못한 까닭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자녀는 부모의 그럴듯한 ‘말’을 통해서가 아닌, ‘행동’을 통해서 배운다. 그런데, 자녀가 ‘나도 아빠처럼 목회자가 될 거예요.’, ‘부모님을 존경해요.’ 라는 고백을 들을 수 있는 부모는 정말 행복한 부모이다.

십 여 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가난한 개척교회 살림을 꾸리면서, 신학교를 다니었다. 밤이 늦도록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신학교를 다니며, 개척교회 월세를 내었다. 월세 내는 날은 금방 다가오고, 전기세가 밀려, 전기가 끊길까봐. 근심을 하며 잠도 편히 자지 못하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척교회에는 늘 아이들이 많았다. 내가 있었던 동네의 특성상, 주로 이혼에 의해, 방치된 아이들이 많아 그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었다. 하루 세끼를 못 먹는 아이들과 방학 때는 학교에서 급식이 나오지 않아, 하루 한 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을 교회에서 돌보았고, 아픈 아이는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하였다.

그중에 ‘강호’(가명)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의 부모는 일찍이 이혼을 하고, 당시 강호의 아버지는 중국인 여자와 동거를 하였다.

강호아버지는 건축현장에서 일을 하는 일용노동자라 늘 떠돌아 다녔고, 중국인 새 엄마는 그를 돌보지 않았다. 강호는 점점 비뚤어지기 시작하였고, 학교마저 잘 나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강호는 도벽이 심하여 어른들에게 많이 얻어맞아, 어른들을 경계하였다.

교회에서도 8만원을 훔쳐 pc방과 찜질방에서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였고, 그의 아버지는 강호가 물건을 훔쳐 배상한 것만 해도 200만원이 넘는다고 하였다. 강호는 동네에서도 소문이 난 아이였다.

그런 강호가 하루는 A종합상가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경비에게 걸려 00파출서로 넘겨졌다. 강호가 A종합상가의 문이 닫히면서, 밤새 그곳에서 있다가 물건을 훔쳐 아침에 빠져나오려고 하는 순간에 잡혔던 것이다.

그때 강호동생 ‘혜민’(가명)이가 울면서 교회로 찾아왔다.

“전도사님, 강호오빠, 어떻게 해요? 우리 아빠 알면 이제 죽어요.”

그 순간 나는, 울고 있는 혜민이를 가만히 안아 주면서 찬양을 불러주었다.

“혜민아,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신단다. 두려워 하지마.”

찬양이 끝나고는 00파출소에 가서 경찰에게 빌고, 강호와 그의 친구들 2명을 데리고 나왔다. 강호랑 함께 한지도 1년이 넘었는데도, 친구 둘은 처음 보는 아이들이었다.

“너 어디서 왔냐?”

하고 물었더니, 가관이었다.

“서울 독산동에서요.”

“야, 임마, 도둑질하려고, 서울에서 여기 까지 왔냐?”

“너네 엄마, 아빠 뭐해?”

하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사기죄로 인하여 교도소에 복역 중이고, 어머니는 단란주점에 다닌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날 단란주점에 다닌다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 연락이 되지를 않았다. 속이 새카맣게 뒤집어졌다. 나는 이 아이들을 끌어안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아이들의 영혼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주님, 이 아이들, 바르게 자라나게 해주세요. 나쁜 짓 하지 않게 해주세요.’

기도를 마치고, 아이들을 잠시 혼을 낸 후에, 그래도 뭐가 잘했다고 저녁밥까지 해먹이고는 교회에서 재웠다. 그렇게 강호는 늘 내 속을 썩였다.

그래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인내로 강호를 돌보았다. 여름이 되자, 여름성경학교의 때의 일이다. 돌아가면서 찬양을 부르는데, 세상에,,, 얘들 앞에서 수줍어하는 강호의 모습은 처음 봤다.

강호가 앞에 나와서 찬양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찬송을 부르세요. 찬송을 부르세요.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찬송을 부르세요.”

강호가 이 노래를 불렀는데, 세월이 흘러도 그날 강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찬양을 부른 후, 강호는 이렇게 고백하였다.

“전도사님, 그동안 속 썩인 것 용서해 주세요. 저는 커서 소방수가 되고 싶습니다.” 하면서 편지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세상에.. 속만 썩였던 강호가 이제 꿈을 갖기 시작하다니. 그것도 소방수라는 꿈을.

강호의 고백이 끝나자, 혜민이 친구, 슬기가 이렇게 말하였다.

“전도사님, 저는 요, 전도사님처럼요, 여자 목사님이 될 것에요. 전도사님, 많이 사랑해요.”

그동안 속만 썩이는 줄만 알았는데, 어린 아이들이 내 마음을 헤아려 주다니,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개척교회에, 어른들은 별로 없고, 아이들 20여명에, 늘 재정적인 압박에 눌리고 지칠 때도 많았는데. 아이들 때문에 힘들고, 눈물짓고, 속만 썩이는 얘 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 제법 의젓해져, 속도 헤아릴 줄 아는 아이들이 되다니. 정말 고마웠다.

주은총, <주은총이야기-서막>, 담장너머 출판사(전자책)